학부모 소통마당  홈 > 커뮤니티 > 학부모 소통마당

부정적 감정 표현의 전제조건1 - 박현민 베드로 신부

서은주심리상담센터
2019-03-21
조회수 263

화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거나 외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감정과 관련된 사전이해가 필요합니다. 감정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인 편견과 선입견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감정에 대한 아래와 같은 전제조건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난 후 감정의 표현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좋고 나쁜 감정은 없다.

흔히 사람들은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따라서 좋은 감정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표현하지만 나쁜 감정을 느끼면 숨기려 노력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마음안에 좋은 생각 혹은 나쁜 생각이 있는 것처럼 감정도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정에는 좋고 나쁜 기준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즉, 감정에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있을 뿐입니다. 말의 유희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좋은(good, 善)  혹은 나쁜(bad, 惡)이란 표현은 옳고(right, 是) 그름(wrong, 非)과 같이 가치가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있다면 , 그것은 좋은 감정은 선하고 나쁜 감정은 악하다, 혹은 좋은 감정은 옳고 나쁜 감정은 그르다는 식의 판단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감정은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결과로서 "인지과정의 부산물"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산물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쁘다는 기준이 아니라 긍정적이다 혹은 부정적이다라는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만일 감정을 평가할 수 있다면 감정은 좋고 나쁘고 혹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아니면 기능적인 혹은 역기능적인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감정은 그 자체로 인지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인간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인 선악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감정에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없습니다. 다만 기능적으로 자신의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혹은 대인관계와 관련하여 기능하는 감정과 역기능적 감정이 있을 수 있으며 따라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감정과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감정이 있을 뿐입니다.

2. 부끄러운 감정은 없다.

따라서 감정은 그 자체로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생각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 생각은 자연스럽게 긍정적 감정을 만들고, 부정적 생각은 자동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이끕니다. 따라서, 만일 감정에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면 감정 자체에 수치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이끌어 낸 생각에 대해 수치심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감정에 수치심을 느끼지 말아야 하지만 만일 그 감정에 정말로 수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 그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느끼게 만든 생각에 수치심을 가져야 합니다. 감정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우리의 심리상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는 거울이며 문제가 있을 때 그 위험성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alarm sign)입니다.

3. 감정이 아닌 생각이 변해야 한다.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으킨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심리적 건강에 무척 중요한 원리입니다. 감정에 수치심을 가지게 되면 그 감정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억누르고 회피하거나 터뜨리지만 그 에너지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아닌 그 감정을 일으킨 생각(사고방식)에 수치심이나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면 정서적 문제를 최소화하며 얼마든지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개선이 가능하게 됩니다. 생각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감정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어떠한 정서적 문제를 동반하지 않으며 정화되고 환기됩니다. 즉, 감정의 완전연소는 감정이 아닌 생각의 변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감정은 무조건적인 존중과 수용의 대상이지 통제와 개선의 대상이 아닙니다. 만일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고 회피한다면 정서적 문제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신체적 질병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 부정적 사고패턴이나 역기능적 사고방식을 찾아내 긍정적인 사고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부정적 감정은 곧바로 긍정적 감정으로 바뀌게 되며 어떠한 정서적 문제 없이 감정의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4. 감정은 표현해야 한다.

 부정적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그 생각을 변화시키며 그 감정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 외에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감정의 정화된 상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을 갖게 만들지만 사고패턴을 인식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을 느낀 이후에 곧바로 감정의 정화와 환기를 돕는 방식으로 우리는 감정의 표현이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에 감정을 기능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면 감정이 누적되거나 신체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된다" "감정을 드러내면 손해를 본다" "감정을 들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상대가 내 감정을 알게 되면 관계가 안좋아질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등의 여러 고정관념들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모두 전통적으로 전해오거나 개인적으로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학습한 내용들이겠지만 사실 타당하지 않은 편견들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마음 깊이 내재해 있으면 감정표현 방법을 배우고 싶지 않을 것이며 배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따라서 감정표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전이해와 전제조건을 잘 이해하고 동의해야 합니다. (다음편에 계속)